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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첼로의 성서’라 불리는 곡인만큼 수많은 첼리스트들이 연주했다. 먼저 이 곡 연주의 초석을 놓은 파블로 카잘스(1938, EMI)의 역사적 명연을 빼놓을 수 없다. 피에르 푸르니에의 연주는 카잘스의 묵직한 연주와는 달리 나긋한 보잉과 노래가 살아 있는 연주이다. 안너 빌스마는 바흐 당대의 첼로를 가지고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음악을 만들어 냈다. 빌스마의 제자인 피터 비스펠베이는 우리 시대의 명반을 만들어낸 젊은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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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에르 푸르니에(Pierre Fournier), 1960, Archiv.

카잘스의 1930년대 녹음이 ‘역사적 명반’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노 녹음인데다 요즘 듣기에는 음질이 상당히 난감하다. 그런 까닭에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음반은 피에르 푸르니에의 것일 수밖에 없다.

1906년 파리에서 태어나 1989년에 세상을 떠난 이 거장은 다소 느긋한 템포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문을 연다. 그를 노상 따라다니는 ‘우아한’이라는 수식어는 이 녹음에서도 여실하다. 음표 하나하나에 연주자의 정신이 투영된 명연이다. 부드럽고 순하게 연주한다는 측면에서, 그러면서도 첼로의 음량을 풍부하게 구사한다는 측면에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처음 구입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권한다. 듣고 또 들어도 물리지 않는 ‘평생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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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너 빌스마(Anner Bylsma), 1992, Sony.

네덜란드 태생의 빌스마(1934~ )는 지금까지 두 개의 바흐 녹음을 남겼다. 그는 학문적 연구에 그쳤던 이른바 ‘시대악기’(원전악기ㆍ당대악기) 연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지적인 거장’이다. 시대악기의 잠재력을 깊숙이 탐구하고 있는 첫 번째 녹음(1979년)과 대형 스트라디바리 첼로로 좀 더 절충주의적인 해석을 시도한 두 번째 녹음(1992년) 모두 훌륭하다. 현대 첼로의 강렬함과는 맛이 다른 웅숭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느린 악장에서 담담하게 펼쳐지는 서정미가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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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터 비스펠베이(Pieter Wispelwey), 1998, Channel Classics.

최근의 바흐 연주들은 ‘탐구 정신’으로 충만하다. 그중에서도 지히스발트 카위컨의 음반(Accent)과 테라카도 료의 음반(Denon)은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어깨 첼로’(violoncello da spalla)의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 바흐 모음곡을 비올라 다 감바의 정신으로 재해석한 파올로 판돌포의 연주(Glossa)도 중요 녹음으로 거론된다. 그렇지만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로는 빌스마의 제자인 비스펠베이를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2012년 내놓은 음반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세 개의 녹음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매우 대조적인 해석을 선보인 앞의 두 녹음을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다. 첫 녹음이 바로크 첼로의 투명한 음색을 살린 담백하고 소박한 연주였던 것에 비해, 추천음반으로 권하는 두 번째 녹음에서는 대담한 즉흥을 펼치며 정열적이고 화려한 연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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